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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이다

24.1.19_친구

by 성상별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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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나이를 먹으며 일과중  가장 우선시 되는건 가정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보내던 친구들은 멀어지고 그 자리를 이제 직장 동료들이 채운다.

일과 후에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느라 자연스레 친구들과 보낼 시간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

 

 

가족에 충실하고 회사일의 연장선인 회식까지 참석하고 나면 다른 일과를 챙기기 벅차다.

미래를 위한 재테크 공부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운동, 정서적 양식을 위한 독서 해야할 일들은 많은데 시간은 없다.

일주일에 밖에서 먹고 들어갈 수 있는 횟수는 몇번이 적당할까? 

한창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이런 시기엔 조금 늦게 들어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예전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풍경이다. 과거의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현재의 기대하는 모습이 다른 탓이겠지

과거 아버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라면 늦은밤 술에 취하셔서 두 손에 무엇인가 들고 들어오시던 모습일 것이다

돈만 벌어다주시는 든든한 가장에서 친구 같은 아빠의 역할 변화는 보고 자란 아버지의 모습과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다준다.

 

 

너무 가까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만 믿고 있는 가족이기에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 

나의 힘든 시간들 잠못이루게 만드는 고민들은 내 안에서 삭히다 단단히 굳어진다

너무 단단히 굳어지기 전에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서 털어내 줄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내 인생을 알고 있는 사람

같은 시간을 공유해서 서로의 이해하고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

이 시간만큼은 미주알고주알 내가 품고 있었던 생각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살아가는 각자의 위치가 나아가는 길의 방향이 달라져서 멀어진 친구도 있자만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달려와준 친구

이럴 기회가 아니면 만나지 못하기에 조퇴를 하고 신나게 동네로 달려가

집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당당히 오늘은 좀 마시고 온다고 선언한다.

조퇴까지 하고 왔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시는 어머니

" 친구가 좋기는 좋구나 "

 

 

올 겨울은 먹지도 못하고 지나가나 싶었던 굴집에 가서 석화를 시켜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인다

회사에서 긴장하며 마시는 술자리, 잔이 비었나 확인하며 예의범절을 따질 필요도, 잔을 받기 위해

억지로 남은 술을 비울 필요도 없다. 내 마음대로 네가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말을 하며 

즐기는 시간. 어려운 정치얘기도, 재미없는 회사얘기도 수증기 속에 같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짧은 시간이 금세 지나고 이제 또 들어가 새로운 역할의 옷을 입을 시간

그새 어머지 가져다 드리라고 딸기에 일본에서 사 온 과자를 싸주는 친구  

복이나 많이 받으라고 로또라도 사서 쥐어주고 돌아서는 길 

오늘은 별로 춥지 않은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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