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을 맞이하여 전투기 에어쇼를 보기 위해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향하는 날 움직이기로 한 날은 꼭 아들내미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괜한 투정과 고분고분 말을 안 듣는 청개구리 녀석 어느새 시간이 12시를 넘어서고 부산스러운 준비를 마치니 출발하기도 전에 벌써 피곤하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안아 달라고 조르는 선우를 업고 안고 목마를 태우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길 벌써 16킬로는 넘었을 아들을 안고 가는 게 벅차다 내 힘이 부족한 건가 역시 애들은 체력이 될 때 일찍 낳아 길러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가 군부대를 이전한 뒤 만들어서 그런가 무슨 공항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안검색이 철저했다 이게 다 무슨 짓인지 싶었지만 그래도 땡볕에 있다가 시원한 건물 안에 들어가 있으니 나름 쾌적해서 참았다 ㅎㅎ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 부지가 잔디밭으로 덮인 공터로 남아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주위를 둘러싼 마천루들을 산악지형처럼 병풍으로 두른 채 보이는 대통령 관저는 80년대에 지은 건물처럼 촌스럽고 낡아 보였다 그 난리를 부려서 옮긴 집무실이 고작 저기인가 싶으면서 주위 아파트에서 성능 좋은 카메라라면 저 건물 안도 다 보이겠다 싶다 왜 온 거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선해지던 날씨 었는데 오늘은 햇살이 너무 뜨거워 서있기도 어려운 날이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공연을 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주어진 환경을 불평하지 않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자세를 보았다 누구나 다 가는 군대 안에서도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갈고닦아 우리 앞에 서있는 무대 위의 사람은 빛나 보이고 나도 준비가 되는 순간 어느 무대 위에 서 있을 수 있길 바란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블랙이글스의 공연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전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좌우하는 공중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최신 기예들의 묘기를 바라보니 나도 모르는 애국심과 자긍심이 고취되었다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전투기를 바라보며 선우는 눈빛도 반짝반짝 빛났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저마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다른 연극을 찍고 있었다 누구는 전투기의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분주했지만 누구는 군악대와 댄스팀을 쫓아다니느라 분주했고 가족단위로 놀러 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이들의 영상을 담느라 분주했다 모두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모두 달랐다
피곤했는지 짜증을 부리다 잠든 선우를 유모차에 태우고 배고픈 배를 햄버거러 채우고 돌아오는 길 수많은 인파 속에서 파란 포대기를 두른 채 걷는 유정이를 바라보며 4~5세용 유모카를 장만하거나 앞으로는 차를 꼭 갖고 다녀야겠구나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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